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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날에 그린 수채화후기/여행 2011. 9. 30. 00:47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는 설악산 울산바위 등산 계획을 우중 버스관광으로 바꿔놓았다.-
요즘 6시반이면 새벽이다. 낮과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이 지난지 꼭 1주째인데 아침에 눈을 뜨면서 밤이 길어졌음을 여실히 느낄수 있다. 오늘 처럼 비가 내리면 더 더욱 그렇다. 빗속을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선곳은 홍천 화양강 휴게소, “30분에 출발 하겠습니다.” 버스기사의 안내멘트를 듣고 전면의 디지털시계를 쳐다보니 8시 14분이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버스에서 내리니 빗줄기가 출발때 보다 거세어져 있다. 휴게소 식당까지는 50여m 밖에 되지않아 잦은 걸음으로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곧장 뒷배란다로 나가 화양강을 내다보니 안개걸린 산 아랫동내를 굽이쳐 흐르는 화양강은 예나 변함없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 선명도는 떨어지지만 운치 있는 사진을 담을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로 몇카트를 찍었다. 난 오레전 부터 설악산 가는길이면 꼭 이곳에 들려서 사진을 찍었다. 나름 이곳이 화양강을 카메라에 담을수 있는 좋은 포인트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 오는날 화양강의 아침풍경
◆울산바위
미시령 터널을 빠져나간 버스가 다시 멈춘곳은 울산바위 전망대였다. 예전엔 영동과영서를 가르는 백두대간의 미시령을 구불구불 넘으며 스릴도 만끽하고 볼거리도 많았는데 새로 뚤린 미시령터널 덕에 아주쉽고 빠르게 땅속으로 백두대간을 통과해 버린다. 울산바위 전망대는 새길이 울산바위 턱밑을 통과 하는 지점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로 휴게소 기능은 없고 그리 크지 않은 주차장과 눈비를 피해 조망할수 있는 간이 시설만 되어 있었다. 사실 오늘 저 울산바위를 오르기로 했는데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 인제를 지나올때 차중에서 산행은 포기하고 울산암과 속초시립박물관,속초장사항, 주문진수산시장 버스투어로 가름키로 계획을 수정했다.
▲울산바위
설악산 북쪽에 자리한 울산바위는 둘래가 4km에 이르는 거대한 화강암으로 30여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사다리와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일반인들도 오를수 있다. 국립공운관리공단에선 좀더 안전한 우회길을 만들고 기존 등산로는 내년 봄 폐쇄할 예정이라한다. 사실 이번 산행은 그런 연유에서 추억의 울산바위 등정을 계획 했던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속초시립박물관
속초시립박물관을 둘러 보았다.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고장 속초는 실향민의 고장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전에는 북한땅이었으나 휴전당시 수복된 지역으로 북에서 피난을 내려온 사람들이 고향과 좀더 가까운곳에 머물다 곧 떠나리라는 생각으로 이곳에 많이 모여 살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피난민이 대부분인 청호동을 아바이마을 이라 부른다고 한다.
박물관은 속초의역사와 문화, 실향민문화촌, 발해역사관등으로 꾸며져있다.
▲발해역사관
▲한국전쟁전의 속초역사
▲한국전쟁이후 실향민들이 거주했던 가옥. 당시엔 하꼬방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북의 전통가옥
◆속초 장사항과 뱃고동횟집
속초시 장사동의 조그마한 어항인 장사항은 비가 내리는 평일인 관계로 한산 하기만 했다.
우리가 간곳은 뱃고동횟집, 바다가 보이는 전망좋은 2층에서 싱싱한 회와 얼큰한 메운탕에 소주가 몇순배 돌고 허기진 배를 어느정도 채우자 좌중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주문진 수산시장
어항으로는 강원도 제1 답게 수산물 시장규모도 컷다. 비가 내리는 평일임에도 관광객들의 활발한 쇼핑 장면도 많아 보이고 최근엔 오징어가 많이 잡혀 5마리에 10,000원로 값이 많이 하락 했다고한다. 비가 그쳐 시장을 둘러보고 항구한켠의 낚시 하는것도 모습만 꾸경하고 왔다.
▲출어를 기다리는 어선들
▲주문진 내항
▲수산시장
▲건어물과 젓갈시장
▲강릉 연안 유람선 이사부크르즈호
◆여행의 마무리는 망각으로
고소도로로 올라선 버스는 대관령을 넘어 영동을 뒤로 하고 미끄러지듯 영서로 달린다. 차내엔 흥을 돋우는 댄스곡이 흐르고 한둘씩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몸을 흔들어대며 무산된 산행의 스트래스를 풀려는듯 좁은 공간에서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기 시작하자 단 몇초사이에 분위기는 차내를 압도해 버린다. 달갑지 않지만 대세는 어쩔수 없다는 생각에 젖어있는데 나의 불편함을 아는 리딩역의 일사천리와 수일의 배려로 맨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아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잠시 접었던 캠퍼스에 비오는날의 수채화를 다시 그렸다. 살다보면 옮고 그름보다 분위기나 순간의 대세에 어찌적응하고 대처해야 할지 난감할때가 있는데 내가 불리한쪽을 택하면 잘 넘어간다. 나의 작은 불편이 많은사람들의 즐거움이 된다면 괜찮은 거래라고 나를 다독이면서… ㅎㅎㅎ 아무튼 버스가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왔을땐 비는 멎고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조금전 까지의 차중 분위기는 종적을 감추고 하루를 함께했던 사람들은 잘가라, 또보자는 인사말을 주고 받으며 제 갈길을 찾아간다. 내차로 바꿔타고 집에온 나 또한 비오는날에 그렸던 수채화를 잊은체 다시 어제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삶이 이런것인가? 또 하루를 쉽게 흘려 보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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